싱어송라이터 정세운이 '나'라는 존재를 찾아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 채운 새 앨범은 온전히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음악을 제시한다.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긴 여운을 전달하는 정세운 시그니처 스타일의 음악이다. 2022년 발표한 미니 5집 'Where is my Garden!' 이후 약 2년 만의 신보인 만큼, 더욱 성숙해진 음악적 존재감도 인상적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느낀, 세상을 향한 질문을 쏟아낸다. 특히 관찰자 시점에서 마주한 치열한 탐구의 과정은 정세운의 디테일한 감정 표현으로 드러난다. 솔직한 노랫말로 공감을 얻고 편안하게 감정을 매만지는 그만의 화법이다. 이 과정에서 정세운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도맡아 프로듀서이자 가수로 조화롭게 앨범의 균형을 맞췄다.

타이틀곡 'Quiz'는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진 정세운이 자신의 방식대로 해답을 제시하는 미디엄 팝 스타일의 곡이다. 또한 이 곡은 선우정아가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해 정세운과 호흡을 맞췄다. 오랜 시간 음악 선후배로 영감을 나눠온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정세운의 노래를 함께 작사, 작곡, 편곡하며 '감성 장인'들의 시너지를 완성했다.

'내 답은 보기 중에 없어 / 남들이 만든 답안지 그걸로는 날 설명할 수 없어 / 난 다르게 움직여' 등 정답이 없는 세상에 도전적으로 맞서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뮤직비디오 역시 다양한 컬러의 일상을 통해 짜릿한 감상을 전달한다. 과하지 않은 편안함, 그리고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듯 모두의 감정을 건드리는 가사는 큰 공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세운의 스토리를 맞춤으로 풀어낸 트랙 '싱어송라이돌'도 강렬하다. '싱어송라이돌'이란 이색 타이틀로 데뷔, 진짜 자신의 얘기를 하는 스토리텔러,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 중인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쨍한 노란색과 묘한 보라색으로 대표되는 두 영역을 교차하며 활동 중인 자신의 감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유쾌한 보통의 일상을 재기발랄하게 다루면서도, 인생의 덧없는 단면도 제법 여유있게 그려낼 수 있는 싱어송라이돌 정세운의 독보적인 역량이다.

앨범은 더욱 깊어진 정세운의 감성을 전달한다. 편안한 노랫말과 멜로디로 전개되는 모든 트랙은 조화롭게 하나의 주제로 향한다. 타이틀곡 'Quiz'와 '싱어송라이돌' 외에도 미국 얼터너티브 팝 밴드 Nightly(나이틀리)와 함께 중독성 넘치는 팝송 ‘sharpie’를 협업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또한 변함없이 헌신적인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Perfectly', 앞서 다채로운 곡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문치가 'Always' 로 다시 한번 정세운 앨범에 힘을 보탰다. 생생한 디테일로 몰입도를 끌어올린 그의 음악은 앞으로도 더욱 짙은 풍미를 낼 것이다.